고독사가 아닌 "재택사". 언젠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평생동안 혼자 살다가, 여기서 죽어서 묻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제목으로 낸 책이 있어서 읽어봤습니다.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인 "우에노 지즈코"가 낸 싱글의 노후 시리즈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세권의 종결편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싱글이나, 싱글 노후에 관한 사회학적인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아직까지도 정상가족 신화가 주류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지만, 몇년전부터 "비혼"이란 말이 흔해지고, 이혼률이 약 40%에 이르는 현재, 저성장시대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맞이했던 일본의 사회학 연구는 꽤 공감이 많이 됩니다. 여기서는, 책 앞부분에 나온 독거, 동거 의 만족도 차이에 대한 글이 흥미로워서 옮겨봅니다. 원래 "쓰지가와 사토시"의 "노후는 혼자 사는 게 행복하다"(2013)이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한 것인데,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출간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후에는 혼자가 가장 행복하다.
…나는 기껏해야 '노후에 싱글이어도 불행하지 않다' 정도나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쓰지가와 씨의 책은 '혼자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가타부타 토를 달 수 없었다. 쓰지가와 씨는 오사카에서 이비인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2013년 오사카부 가도마시에 사는 60세 이상의 고령자 약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460명에게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혼자 사는 고령자의 생활만족도가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보다 높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세상에는 '행복지수' 조사라는 게 있는데 사실 '행복'이란 극히 주관적이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비교하는 일은 사실 매우 어렵다. 그래서 그 대신 '생활만족도'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쓰지가와 씨도 '생활만족도'를 사용했다. 지금부터 나도 편의상 쓰지가와 씨처럼 '행복지수'를 '생활만족도'로 바꿔 쓰겠다. 양해해주기를 바란다.
그 동안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는 혼자 사는 고령자와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의 생활 만족도를 비교했을 때, 혼자 사는 쪽이 만족도가 더 낮다고 나왔다. 혼자 사는 고령자의 빈곤율이 높고 사회적 고립도도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쓰지가와 씨는 오사카 근교 주택가에 사는 중산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자녀와 함께 진료를 받으로 오기도 하지만 어쨋든 이비인후과에 직접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비교적 건강한 고령자다. 그리고 자녀가 있어도 따로 사는 '선택적'싱글이 많은 편이다. 대량의 데이터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조금 있는 사람들을 조사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통계는 고령자를 독거와 동거, 두 가지로만 비교했지만 쓰지가와 씨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다. 동거 고령자를 더 여러층으로 나눠서 동거인이 1명인 경우, 2명인 경우, 3명인 경우, 4명 이상인 경우로 구분해서 비교했다. 그 결과 동거인이 1명 늘어나, 즉 2인 가구가 되면 생활만족도가 최저로 떨어졌다. 동거인이 다시 1명 더 늘어나서 3인 가구가 되면 생활만족도가 조금 상승하고 4인 이상, 즉 다세대 가구가 되면 생활 만족도가 독거 노령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다세대 가구의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를 보고 '역시 노인은 가족과 함께 있어야 행복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쓰지가와 씨의 결론은 '혼자 사는 것'은 '3대가 함께 사는 것과 맞먹는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이다.
쓰지가와 씨는 더 흥미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몸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사 대상의 변화를 따라가 보니, 건강 상태가 나빠져도 혼자 사는 사람의 만족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것은 애초에 타인의 고통이다. 말해봤자 어쩔 도리가 없다. 혼자 참는 수밖에 없다는 싱글의 체념과 각오가 전해지는 듯하다. 혼자 사는 고령자라고는 해도 일단 가족을 형성했다면 따로 사는 자녀가 있을 수 있다. 쓰지가와 씨의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자녀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생활 만족도는 다를게 없다고 한다. 아, 천만다행이다. 자녀가 없는 노후는 비참하다고 겁주는 말을 얼마나 들었던가. 자녀와 따로 사는 것은 이제 거의 당연한 일이 되었고 나이를 먹다보면 오히려 자녀가 먼저 세상을 뜨는 일도 있다. 따로 사는 자녀가 있든 없든 생활 만족도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된다.
쓰지가와 씨는 두번째 책에서 만족도 조사에 이어 또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바로 '고민도' 조사이다. 그 결과가 [그림1]과 [그림2]다. 그림을 보면 '1인 가구는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고민이 적은' 반면, '2인 가구는 만족도가 낮고 고민이 가장 많다.'
만족도와 고민도를 동거인 수에 따라 분류한 그림이 [그림3]과 [그림4]다. 확실히 동거인이 늘어날수록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반대로 '고민'도 많아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당연하다. 고민은 나보다는 주변에서 오기 때문이다. 자신은 만족도가 높더라도 함께 사는 자녀 부부의 사이가 나쁘거나 손자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고민의 씨앗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혼자 사는 고령자에게도 따로 사는 가족은 있을 테니 비슷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란 남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눈 앞에 안보이면 잘 잊는다. 따라서 만족도에서 고민을 빼도 역시 혼자 사는 사람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온다.
만족스러운 노후의 세가지 조건
"만족스러운 노후의 모습을 따라가 보니 결론은 혼자 사는 거였다. 노후의 생활 만족도는 익숙한 장소에서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친척)와 자유롭게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쓰지가와 씨는 자신의 저서 3부작의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나는 그동안 ①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 ② 돈 부자보다 사람 부자되기, ③ 타인에게 신세 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이상 세가지를 추구하면 살았다.
쓰지가와 씨의 결론은 나의 주장과 보기 좋게 겹쳤다.
이런 내용의 조사와 결과는 처음 접해봐서 매우 신선하지만, 상당히 이해가 갑니다. 즐거운 독서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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