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진희 변호사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다가, 오은영 박사님께서 새로 진행하시는 "오은영리포트 - 결혼지옥" 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어요.
오은영박사님께서는 평소에 웬만한 가족 내 갈등, 부부갈등에도 "이혼"에 관한 언급은 매우 조심스럽게 하시는데, 여기서는 5년째 대화 없이 필요한 일들에 대한 대화만 문자로 나누는 부부가 출연했고, 오은영박사님은 이 부부는 이미 정서적 이혼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죠.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이혼"을 결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예전에 종결된 사건 중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부부는 대화가 단절된지 수년 째이고 남편은 집에 와도 눈을 마주치거나 일체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식사도 당연히 같이 하지 않고요.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몇년간 다퉈보기도 했고, 이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별거를 했다가도, 다시 합치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살림이나 양육은 당연히 의뢰인이 전적으로 하는 상황이었고, 남편은 약간의 생활비만 보태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대화가 아예 없는 생활이 지속되자 의뢰인 분은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이혼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저를 찾아오게 됩니다.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잘 믿어지지 않았어요.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것보다 어찌보면 더 숨막히는 일상생활이 아니었을까요.. 나름대로 적응해서 살아보려던 의뢰인 분의 몇년의 세월이 참.. 듣는 제가 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보통 이혼에 대한 상담을 할 때는 당연히, 최근의 부부 간에 이혼에 대한 대화, 다툼, 견해 차이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혼에 관한 플랜을 세우게 되는데 이 경우는 이렇게 부부 간에 전혀 대화를 나누는 상태가 아니어서 이혼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알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새삼스럽게 이것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요. 이제와서는 "이혼조정신청서"를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여 저는 간단한 이혼사유에 관한 내용과 상대방도 크게 반대할 것 같지 않은 적정선에서의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양육비, 면접교섭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적은 이혼조정신청서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투게 되는 것이 보통인지라, 막상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여전히 말없이 집을 나간 후 , 몇달 뒤 잡힌 첫번째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다 동의한다는 의사표현을 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조정기일마저 나오지 않고 무반응일까봐 염려하였으나 우리측 조정신청서의 내용에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자잘한 서류 제출 문제로 조정기일이 한차례 더 잡힐 뻔하였지만, 조정위원님께 잘 말해서 그날 조정성립으로 1회만에 종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수년의 세월동안 이미 상처를 받을 만큼 받고 마음정리를 마친 의뢰인이었으나 역시 마지막까지도 극도로 회피적인 상대방의 모습에 마음은 힘들었으나, 이렇게라도 간접적으로 상대방의 확고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오히려 확실하게 매듭을 짓게되자 그 간의 짐을 털어버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혼신청을 하고, 최종결론이 나기까지의 몇 달의 세월동안 답이 없는 상대방의 모습에 저도 상당히 답답함을 느꼈으나 다행히 원래 생각했던 대로 법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관계가 깔끔하게 종결되었습니다. 마음을 정리한 후 아이들과 근처의 강변에 나가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면서 이제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는 의뢰인 분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잘지내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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