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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진희 박

대화없는 부부 / 실제 이혼 사례

안녕하세요, 박진희 변호사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다가, 오은영 박사님께서 새로 진행하시는 "오은영리포트 - 결혼지옥" 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어요.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2/06/497604/


오은영박사님께서는 평소에 웬만한 가족 내 갈등, 부부갈등에도 "이혼"에 관한 언급은 매우 조심스럽게 하시는데, 여기서는 5년째 대화 없이 필요한 일들에 대한 대화만 문자로 나누는 부부가 출연했고, 오은영박사님은 이 부부는 이미 정서적 이혼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죠.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이혼"을 결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예전에 종결된 사건 중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의뢰인의 부부는 대화가 단절된지 수년 째이고 남편은 집에 와도 눈을 마주치거나 일체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식사도 당연히 같이 하지 않고요. ​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몇년간 다퉈보기도 했고, 이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별거를 했다가도, 다시 합치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살림이나 양육은 당연히 의뢰인이 전적으로 하는 상황이었고, 남편은 약간의 생활비만 보태줄 뿐이었습니다. ​ 그러다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대화가 아예 없는 생활이 지속되자 의뢰인 분은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이혼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저를 찾아오게 됩니다. ​ ​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잘 믿어지지 않았어요.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것보다 어찌보면 더 숨막히는 일상생활이 아니었을까요.. 나름대로 적응해서 살아보려던 의뢰인 분의 몇년의 세월이 참.. 듣는 제가 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 보통 이혼에 대한 상담을 할 때는 당연히, 최근의 부부 간에 이혼에 대한 대화, 다툼, 견해 차이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혼에 관한 플랜을 세우게 되는데 이 경우는 이렇게 부부 간에 전혀 대화를 나누는 상태가 아니어서 이혼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알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새삼스럽게 이것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요. ​ 이제와서는 "이혼조정신청서"를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여 저는 간단한 이혼사유에 관한 내용과 상대방도 크게 반대할 것 같지 않은 적정선에서의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양육비, 면접교섭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적은 이혼조정신청서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 ​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투게 되는 것이 보통인지라, 막상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 그러나 상대방은 여전히 말없이 집을 나간 후 , 몇달 뒤 잡힌 첫번째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다 동의한다는 의사표현을 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조정기일마저 나오지 않고 무반응일까봐 염려하였으나 우리측 조정신청서의 내용에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 자잘한 서류 제출 문제로 조정기일이 한차례 더 잡힐 뻔하였지만, 조정위원님께 잘 말해서 그날 조정성립으로 1회만에 종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


​ 수년의 세월동안 이미 상처를 받을 만큼 받고 마음정리를 마친 의뢰인이었으나 역시 마지막까지도 극도로 회피적인 상대방의 모습에 마음은 힘들었으나, 이렇게라도 간접적으로 상대방의 확고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오히려 확실하게 매듭을 짓게되자 그 간의 짐을 털어버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 ​ 이혼신청을 하고, 최종결론이 나기까지의 몇 달의 세월동안 답이 없는 상대방의 모습에 저도 상당히 답답함을 느꼈으나 다행히 원래 생각했던 대로 법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관계가 깔끔하게 종결되었습니다. ​ ​ 마음을 정리한 후 아이들과 근처의 강변에 나가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면서 이제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는 의뢰인 분의 말이 떠오릅니다. ​ ​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잘지내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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